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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6-29 14:32
[7개 질문으로 풀어 본 중노위 판정] 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사용자일까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32  


[7개 질문으로 풀어 본 중노위 판정] 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사용자일까

노조법상 사용자 맞냐? “20세기적 질문” … “단협은 공정경쟁 질서 만드는 룰”

지난 2일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조와 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판정 이후 후폭풍이 일었다. 일부 언론은 중노위가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결정을 했다고 비난했다.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와 관계가 없는 CJ대한통운을 사용자 지위에 올려놓는 것은 부당하다고 성토했다. 의문이 들었다. 왜 이토록 기업들과 사용자단체 그리고 언론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사용자라고 하는 것에 반감을 느낄까.

<매일노동뉴스>는 이런 질문에 답해 줄 전문가를 만났다. 집단적 노동관계에 해박한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중노위의 이번 판정은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사건번호 2007두8881)에 기대어 있다.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결정할 정도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졌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다. ‘실질적 지배력설’이라는 법리는 오래전부터 학계의 주류 이론이다.

강성태 교수가 “지난 10년간 로스쿨 단골 시험문제였던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이 이제야 현장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박제성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의 단결권도 인정하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한 상황”이라며 “지금 노조법상 노동자, 사용자에 해당하냐를 따지는 건 20세기적 질문을 붙잡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자’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는데 사용자 공백으로 단체교섭 같은 노조의 기본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판정은 노동 3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Q1. 이번 판정이 왜 논란이 될까.

강성태 : 2008년 대공장의 원청과 사내하청 근로자 사이에 직접적 근로계약 관계가 묵시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2008년 현대미포조선 대법원 판결(2005다75088)이 있었다. 같은해 예스코 전원합의체 판결(2007두22320)에서는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실질적 근로자파견 관계가 있다면 둘 사이에 직접고용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년 뒤인 2010년 대법원은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 관계가 진정한 하도급 관계라도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기본적 근로조건 일부에 관해 원고용주인 하청업체와 유사한 정도의 지배력을 가지거나 행사하면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 규제를 받는 사용자에 포함될 수 있다고 확인했다.

기능적으로는 ‘부분적 사용자’, 수적으로는 ‘중첩적 사용자’라고 한다. 현대중공업 판결을 적용한 게 이번 CJ대한통운 판정이다. 현대중공업 판결이 당시에는 판결의 파장과 의미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는데 이번 판정을 계기로 재조명받고 있다.

박제성 : 2010년 현대중공업 판결이 나오고 11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이번 판정은 굉장히 뒤늦은 것이다. 그 사건이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사건인데 당시 경영계 쪽에서는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책임이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 책임으로 확장되지 않는다고 방어논리를 폈다.

하지만 집단적 노동관계는 총체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만큼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사용자와 단체교섭 사용자가 따로 구분할 수 없다. 당시 이미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 책임으로 확장하는 법리를 갖췄다.

권두섭 : 2010년 현대중공업 사건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니까 업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노조를 와해시킨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한국수자원공사 사건(2015도1927)에서 원청 사업장을 하청노동자의 ‘삶의 터전’이라고 했다.

올해 LG트윈타워 로비 점거농성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도급계약이 해지됐더라도 분쟁을 지속하는 한 원청은 청소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2021라20085). 2000년 이후 간접고용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문제다. 지난 20년은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Q2. 2010년 현대중공업 원청 사용자성 인정 대법원 판결 이후 11년이 흘렀다. 그 이후에도 왜 사용자 개념은 확장되지 못했을까.

권두섭 : 현장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난 다음에 제일 답답한 게 사용자가 없다는 거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와 단체교섭을 하면 하청업체의는“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는 답변을 천편일률적으로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이제 노동 3권이 보장되는 노동자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실제 사용자가 없다 보니 단체교섭은 물론이고 사업장 내에서 기본적인 노조활동조차 힘든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판정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노동 3권이 온전하게 보장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강성태 :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범위보다 더 넓다’는 사실은 학계에서는 대다수 학자들이 주장한 것인데도, 실제로 노동분쟁 해결기관(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수용되고 확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 이 이야기는 사용자의 범위 역시 노조법이 더 넓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를 확인하는 데 더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앞서 본 세 가지 판결 중에서 현대중공업 사건 법리가 특히 그렇다. 아마도 현대중공업 판결의 잠재적인 영향력 또는 파장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박제성 : 실무에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웠고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사회 변화속도에도 한참 못 미쳤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서를 지난 4월 기탁했다. ILO 협약에서 노동 3권의 주체는 ‘employee’가 아니라 ‘worker’로 명시하고 있다. worker에는 자영업자도 포함된다. 이제는 ‘자영노동자’라고 불러야 한다.

택배노동자뿐만 아니라 독립적 자영업자까지 worker로서 노조를 만들고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되느냐, 상대방은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되느냐는 20세기적 질문을 붙잡고 있다.

지난해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두32992)에서 노동 3권이 구체적 권리성을 갖는다고 판결했다. 구체적 권리성은 개별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입법 없이 곧바로 모든 근로자는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조법이 없어도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이 사람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같은 질문은, 제기할 순 있겠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각도와 맥락에서 던져야 한다.

Q.3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합법적인 노조를 만들고 있지만 ‘사용자 찾기’를 계속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강성태 : 사용자 찾기가 어려운 이유는 ‘법인격’이라는 허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근로계약관계는 법인격의 틀 안에서 형성된다고 여겨진다.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회사가 다르면 책임을 안 져도 된다는 생각을 상식처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사용자 개념 확대가 근로자 개념 확대보다 충돌도 많고, 학계에서 이견도 크다. 어느 나라에서든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헌법은 노동 3권의 목적을 ‘근로조건 향상’이라고 명시했다. 사용자에게 1차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면서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다 가져가고 이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은 다른 회사, 다른 법인격에 맡기는 경영기법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미국 학자 데이비드 와일은 이를 ‘균열 일터’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외주화, 간접고용의 확대다. 균열 상태에서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은 원고용주인 하청업체 능력 밖에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현대중공업 판결이 지배·개입 주체로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것이기 때문에 단체교섭을 거부한 CJ대한통운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두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서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 사용자 개념 확대는 모두 단체교섭과 관련돼 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지배하는 회사에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시키기 위해 사용자 개념이 확대된 것이다. 노동자 사용과 관련된 이익이 최종적으로 귀속하는 회사가 이에 따른 책임도 함께 지는 것이 정의롭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다.

박제성 : 사업은 노동력을 결합시켜 영업활동을 하는 행위인데 다양한 형태를 띤다.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도급을 주거나 프랜차이즈나 자회사를 꾸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노동법을 적용하기 위한 단위로 포착하려는 이론적 시도다.

예를 들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8조3항은 사업주가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설립한 별개의 사업은 동일한 사업으로 본다. 사업을 분리해서 남자만 일하는 A사는 100만원 주고 여자만 일하는 B사는 80만 주는 형태일 때,‘법인이 다르니 차별이 아니다’고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상법(401조의2)에는 ‘업무집행지시자’라는 개념이 있다. 재벌 총수에게 이사로서 연대책임을 부과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사용자도 아니고 이사도 아닌 사람한테 제3자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공식적 이사와 똑같이 연대해 책임지도록 규정한 것이다.

상법에도 이미 이러한 규정이 있는데 노동법에서 아직도 좁은 의미의 ‘법인’이라는 틀에 갇혀서 법인 단위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고 하는 습성을 이제는 정말 버릴 때가 됐다.

강성태 : 현장의 노사는 물론 재판을 하는 판사도 감각적으로는,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CJ대한통운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주저하는 이유는 양자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34조1항에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책임 일부를 사용사업주가 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둘 다 사용자로 본 거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도급이나 용역 같은 하청관계에서 원청의 안전 책임을 명시했다.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진짜 사용자’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근로자 보호에 큰 흠결이 생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박제성 : 사용자 찾기가 계속되는 데는 교섭구조 문제도 있다. 업종별교섭을 하는 프랑스 같은 경우 교섭할 때 ‘사용자 찾기’를 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출구가 안 보일 정도로 ‘진짜 사용자 찾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개별교섭 차원에서 건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n’ 차원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는 ‘n+1’ 차원으로 올라가서 보면 의외로 쉽게 잘 풀리는 경우가 있다. 굳이 사용자를 찾지 않아도 되는 교섭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그동안 부족했다.

사실은 누가 사용자인지 찾을 필요가 없다. 교섭을 요구하는 자는 누가 교섭 상대방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용자는 나와 있다. 진짜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도록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노조에 보장해 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Q4.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개념이 모호하지 않나? 다면적 사용자 책임 분배를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권두섭 : 전혀 모호하지 않다. 단체교섭은 노동조건과 관련해 집단적 거래를 하는 것이다. 노동조건을 두고 상대방과 마주 앉아서 논의하고 일정한 타협에 이르기 위한 제도다. 그렇다면 단체교섭의 상대방, 즉 사용자는 노동조건, 교섭사항에 대해 사실상 결정하거나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는 자가 돼야 한다.

박제성 : 법률 개념은 시민들의 일상적 법률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모호한 게 당연하다. 법률 개념이 재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밀하면 오히려 그것을 피하는 온갖 탈법들이 난무하게 된다.

추상적 개념에 현실의 사회변화를 바라보면서 구체성을 집어넣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다. 지배력 개념이 모호한 게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하는 법원의 노력이 그간 너무 게으른 게 문제다.

2013년 방글라데시에서 라나플라자 공장 건물이 무너졌을 때 미국과 유럽의 노조들이 원청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전 세계 하청공장 노동조건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적정 노동시간과 휴가를 보장하도록 재정을 지원하고, 현장 안전과 노동조건을 감독하라는 요구였다. 다국적기업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지배력은 이럴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프랑스의 경우 입법으로까지 이어졌다. 대기업, 특히 다국적기업이 외국에 있는 하청기업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노동권침해에 대해 프랑스 본사가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2016년에 통과시켰다.

이번 CJ대한통운 사건에는 ‘지배력’이 아니라 ‘지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강성태 : 쉽게 말하자면 ‘지시’는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고 ‘지배력’은 다른 사람이나 계약서 또는 매뉴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본인이 결정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지만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나가는 이런 형태를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라고 부른다.

권두섭 : 실제 사례를 보자. 택배노동자는 오전 7시가 되기 10분 전에 서브터미널로 출근한다. 당일 자기가 맡은 배송구역에서 배송해야 할 택배물품을 분류해 차량에 싣는다. 분류작업을 빠르면 오전 10~11시, 늦게는 오후 1시까지도 한다.

그 이후 자기구역으로 물품을 배송하고 오후 5시 전후에 집하물품을 싣고 다시 터미널로 가서 레일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남은 물품을 배송한다. 자정까지 배송하는 이유는 CJ대한통운이 ‘당일배송’ 의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어딜까. 우선 분류작업이다. 분류작업 인력과 설비를 설치하라는 요구가 나온 배경이다. 두 번째는 터미널에서 집하와 상차할 때 주자창이 좁고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길게는 2시간까지 차를 대기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 또 주 5일제를 해야 한다.

CJ대한통운과 집배대리점 사이 계약 내용을 보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배송하도록 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문제는 대리점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택배노동자의 임금과 직결되는 급지 수수료표를 정하는 곳도 사실상 CJ대한통운이다.

강성태 : 택배기사들이 일하는 방식 대부분은 CJ대한통운과 집배점 사이에 체결된 사업계약에서 규정한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지는 않았지만, 집배점(대리점)과의 화물운송위탁계약을 통해 일할 때 무슨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지, 업무를 마친 뒤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 어떤 옷을 입고 배송해야 하는지 등을 모두 정할 수 있다.

이렇게 노동에서 의무를 다 정할 수 있는 회사라면 거꾸로 노동의 보호에 관한 조항도 사업계약에 넣을 수 있다. 사업계약을 통해서 여러 노동의무 조항을 정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이 ‘나는 사용자가 아니다’며 노동보호를 위해 일체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태도다.

박제성 : 노사 모두가 착각하고 있는데 사실 단체교섭하고 근로계약관계는 처음부터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근로계약관계는 개별 근로자하고 사용자가 체결하는 계약이다. 산별교섭은 (근로계약관계와 무관한) 제3자가 교섭을 한다.

노조와 사용자단체는 근로계약관계에서 보면 제3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조도 ‘이 단체교섭은 우리 조합원들의 근로계약과 상관관계가 있는 거다’라며 자꾸 입증을 한다. 단체교섭은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비조합원의 근로관계도 정할 수 있다.

강성태 : 반드시 근로계약에 직접 반영될 내용만 단협에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노조와 사용자 사이의 의무만 정한 단협도 종종 있다. 향후 늘어날 플랫폼 노동관계에서는 이런 종류의 단협이 더 늘어날 것이다.

단협이 근로계약서 같은 사항을 규율해야 한다는 사고는 오늘날 현대적 노동의 특성과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것이다. 일하는 방식은 21세기인데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은 19세기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고지식하다.

Q5. 노조법은 이대로 괜찮을까.

박제성 : 일단 단체교섭을 왜 하는지부터 생각해보자. 도대체 단협이 뭐라고 생각하나. 단협을 노조 구성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문제로 좁혀서 이해하면 안 된다. 그럼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사람들과 왜 단협을 체결하느냐는 함정에 빠진다.

단체교섭은 특정한 교섭(직업)단위, 직업공동체의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룰이다. 노동력 사용에 있어서 합의된 규칙을 만든 게 단협이다. 그 시장에서 영업하는 모든 사람들, 행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최소한의 룰이 바로 단협이다.

그래서 단협은 두 개가 되면 안 된다. 노조도 복수일 수 있고, 사용자도 여럿일 수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은 하나여야 한다. 단체교섭 제도 개선을 고민한다면 이런 원칙을 중심에 두고 해야 한다.

강성태 : 단협은 법과 계약 두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계약을 강조한다. 아마도 작은 단위에만 적용되는 기업별 협약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단체협약의 본질은 산업이나 업종에 적용될 (자치)법을 만드는 것이다.

즉 사적인 계약을 보충하기 위해 단협을 맺는 게 본질이 아니라, 산업이나 업종의 객관적 질서를 만드는 데 본질이 있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박제성 : 예를 들어보자. 국회에서 복수의 정당, 이를테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협상을 해서 하나의 법률을 만들면 그 법률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나 국민의힘 당원이나 비당원이나 일반 국민이나 모두 적용된다. 단체교섭은 그런 직업규범을 만들기 위한 교섭의 공간이고 제도다. 택배산업 노사관계 전망도 그 속에서 나온다.

강성태 : 단협을 일종의 법처럼 만드는 데에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10년 이전에 조금씩 발전해 오던 초기업교섭, 산별교섭 같은 것들이 거의 중단되거나 사라졌다. 창구단일화 제도가 단체교섭을 사업 단위 이하에서만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초기업교섭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단체교섭의 결과물로서 단협은 기업 내 계약, 표준계약 같은 형태가 됐다. 전체 업종을 아우르는 연대라든지 질서는 사라지고 초라한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노조법에서 초기업별 교섭 활성화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진일보한 규정이지만 현실적 필요성에 비해 초보적이다. 초기업교섭을 활성화하는 강한 제도적 유인,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

그런 유인책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때 참고 삼을 만한 것이 미국 제도다. 미국은 사업 이하 단위에서 교섭하도록 연방노동관계법에서 규정하지만 실무에서는 법 해석을 통해 복수의 기업과 교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흔히 다수 사용자교섭이라고 불리는데, 이 법리 중 하나가 ‘공동사용자 원칙’이다.

우리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또는 기업별 교섭의 한계를 보완하는 입법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탄력적인 교섭체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런 법리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는 간접고용 관계 혹은 플랫폼 노동관계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권두섭 : 노조를 만들고, 교섭 상대방을 정하는 허들을 넘으면 또 다른 허들이 기다린다. 창구단일화다. CJ대한통운에는 정규직 노조도 있고 직계약하는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가 또 있다. 창구단일화를 어떻게 하나. 창구단일화 제도를 없애지 않으면 간접고용 단체교섭은 벽에 부딪히게 된다.

Q6. 이번 판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택배 노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박제성 : 택배산업과 관련한 2차 사회적 합의가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표준계약서를 제정하기로 했다. 한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사회적 대화 테이블을 택배산업의 업종별 단체교섭 연석회의 형태로 발전시키고 표준계약서를 정부가 아니라 노사가 합의해서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단협이다.

강성태 : 택배 노사관계는 구체적으로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가장 중요한 가치는 택배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존중과 보호라는 것이다.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장시간 노동은 중단돼야 한다.

노동자 본인과 노조가 원칙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일주일에 몇 시간 이상 노동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은 노조가 만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를 노조가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유급 노동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총 노동시간이다. 그것을 줄여야 한다. 공짜노동 시간만큼 돈 되는 노동시간도 줄여야 한다.

권두섭 :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 이후 금속노조에서 원청을 상대로 하청노동자들이 교섭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파업도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지회가 교섭을 요구했다.

결국 중노위에서 하루 종일 조정회의를 하게 됐는데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 취지를 가지고 치열하게 공방했다. 그런데 결국 원청은 교섭 상대방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현대중공업처럼 대법원에 가서 판결을 받아오라는 의미였다.

그 뒤로 10년이 흘렀다. 중노위가 이번에는 원청이 단체교섭 상대방이라고 판정했다. 이번 판정이 퇴색되지 않으려면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단체교섭이 안 되면 현장에 와서 행정지도를 하고, 부당노동행위 입건도 해야 한다.

조정을 거쳐 파업을 할 수도 있다. 실질적인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 원청과 택배기사의 교섭구조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동부와 노동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나라 사용자는 너무 ‘전투적’이다. 사용자단체가 나와서 산별교섭, 초기업단위 교섭을 해서 사업장 단위에서 부딪치는 것을 최소화하면 좋지 않나. 그런데 이런 교섭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섭에 나오라는 노동위 판정에 굉장히 반발한다.

박제성 : 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드는 게 단체교섭 과정이다. 공정경쟁 질서가 없으면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기업만 막대한 지대, 기대이익을 누린다.

강성태 : 최근 미국 학자들은 전통적인 근로자 보호라는 가치 말고도 현대 노동법의 역할로 공정경쟁을 많이 거론한다. 이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착한 사용자’를 보호하는 것, 노동법을 통해 우리가 확보해야 할 당면한 목표다.

Q7. 이번 중노위 판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강성태 : 사적인 자리에서 ‘오랜만에 노동위원회의 존재 가치를 보여준 결정’이라고 말한 적 있다. 이번 판정은 현대적 노동의 특성을 감안한 전향적인 판정으로서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한 걸음 진전시킬 수 있는 결정이라고 평하고 싶다. 노동위의 역할은 법원 판결을 반복하고 적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수년간 학계에서 노동위가 직권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사건에서 중노위는 현장을 점검하고 실태를 파악한 후 여러 차례의 심문회의와 판정회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과정은 절차적인 면에서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 처리의 중요한 모범을 만든 것이라고 본다.

박제성 : 2020년 전교조 사건에서 대법원이 노동 3권을 재해석한 판결, 그리고 ILO 기본협약 비준이 갖는 의미가 중요하다. 앞으로 집단적 노동관계를 해석할 때 이러한 법적 데이터(소여)를 고려해야 한다. 노조법상 노동자성, 사용자성 개념의 논란은 이제 무의미하다.

부당노동행위라는 프레임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려는 태도도 재고해야 한다. 단체행동권 제약이 강한 상태에서 오래된 관성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두 가지 법적 데이터는 노동자의 직접행동을 자유권으로 보장하는 의미가 있다. 지금은 노동관계를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 때다.

권두섭: 늦었지만 이제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고 있다. 이번 중노위 판정은 간접고용 단체교섭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판단이다. 이후 법원까지 가지 않고 CJ대한통운이 적극적으로 단체교섭에 응해서 최소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불행히도 법원으로 갈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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