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주최로 15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홀로 위험에 처한 노동자 외면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
민주노총 15일 토론회 개최… “위험작업시 2인1조 근무, 신호수 배치 의무 빠져”
“구의역 김군과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씨의 참사는 2인1조 작업 원칙이 매뉴얼에 적혀 있었지만 인력이 부족해 발생했습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열린 ‘제대로 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실장은 “수많은 산재사망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작업에 내몰려 발생한다”며 “평택항 이선호씨 참사에서도 신호수와 작업감독자를 서류상으로만 배치했다”고 말했다.
“때리는 법보다 말리는 시행령이 더 미워”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구축해야 할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 9일 공개한 시행령 입법예고안은 이를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과 예산 등’으로 한정했다. 위험작업시 2인1조 원칙과 신호수 배치 등 노동계의 주된 요구사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 1월27일 법 시행 뒤 위험한 작업에 단독 투입된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해도 경영책임자 처벌이 힘들어진 것이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토론회에서 “2인1조 원칙을 지켰다면 동료가 위험에 처한 아들을 구하기 위해 ‘풀코드’를 잡아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풀코드는 비상시 기계를 멈출 수 있는 스위치다. 김 이사장은 “시행령은 결국 홀로 위험에 처한 수많은 노동자를 계속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생각나는 시행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행령은 직업성 질병의 범위도 급성중독을 포함한 24개 질병으로 한정했다. 뇌심혈관계·근골격계질환과 직업성 암은 제외했다. 뇌심혈관계질환은 과로가 주된 원인이다. 정부의 시행령 입법예고안 대로라면 택배노동자가 잇따라 쓰러져도 유통·물류업체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택배업체가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대책 마련에 소홀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인과관계가 명확한 질병으로 구체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해물질에 의한 급성중독은 인과관계가 명확한 편이지만 과로는 인적 특성과 생활습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이진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개인적인 요인이 있더라도 업무상 부담요인이 명확하면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산재를 인정하고 있다”며 “업무상 질병 판정 매뉴얼처럼 판단 기준이 명확한 상황에서 뇌심혈관계질환을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과로사로 쓰러져도 택배사는 처벌 못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의무 중 하나로 ‘안전보건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를 규정한다. 시행령이 안전보건관계법령을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한정한 점도 논란이다. 근로기준법은 제외됐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면 과로사를 중대산업재해 범위에 포함하더라도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과로사는 엄연한 산재이자 중대재해”라며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시행령을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하면 이를 처벌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모아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법을 축소하고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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