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냐, 해고냐 택일?]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14곳 폐업통보
현대ITC 4일 채용절차 종료, 예상 지원자 4천500여명 … “사내하청업체 모두 폐쇄하면 2천여명 일터 잃어”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14곳이 이달 31일 원청과 도급계약 종료를 이유로 폐업한다고 예고했다. 원청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ITC에 지원하지 않은 사내하청 노동자는 일터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현대제철이 양자택일 상황을 만들어 자회사안을 관철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일 금속 노사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제철은 자회사 현대ITC를 올해 9월 중 설립해 사내하청 노동자 7천여명을 고용하겠다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강근)는 불법파견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보고 자회사 채용공고에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성검사·영상면접·건강검진 등 채용절차는 4일 종료될 예정이다.
“도급 기간 반년 넘게 남았는데…”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14곳은 지난달 30일 지회에 공문을 보내 “2021년 8월31일부로 현대제철㈜와의 도급계약이 종료됨으로 인해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당사 전 직원들과 고용관계 또한 2021년 8월31일부로 부득이하게 종료된다”고 밝혔다.
지회에 따르면 미주테크㈜를 제외한 13곳의 도급계약 종료 예정일은 2022년 2월이었지만 계약 종료시점이 앞당겨졌다. 지회는 “이들 업체 상당수가 현대제철 혹은 현대자동차그룹 전 임원이 운영하는 업체로 알고 있다”며 “현대제철은 남은 사내하청업체 18곳과도 계약종료 시기를 협의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사내하청업체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 내용은 종잇조각이 됐다. 40개(이 중 8곳은 환경·시설·운송업무 수행으로 자회사 전환 대상에 미포함) 사내하청업체 노동자가 가입해 있는 지회는 매년 집단교섭을 진행해 왔다. 올해 3월 노사 대표가 체결한 ‘특별합의서’에는 “회사는 기업 합병·양도·이전·분할매각·사업 종료·도급계약 종료의 경우 조합에 사전 2개월 전 통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강근 지회장은 “노사 특별합의 사항을 포함해 단체협약을 전체적으로 위반하면서 자회사를 추진하는 상황을 보면 (현대제철의) 다급함이 느껴진다”며 “현대제철은 당사자인 비정규직지회와 직접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회사 미지원 노동자 최소 2천여명 실직 우려”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14곳 폐쇄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 규모는 명확하지 않다. 해당 업체 노동자 중 누가 자회사에 지원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제철이 9월 현대ITC 출범 이후 순차적으로 남은 사내하청업체 18곳까지 폐쇄할 경우 자회사에 지원하지 않은 최소 2천여명이 갈 곳을 잃을 수 있다. 노조와 사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현대ITC 채용공고에 전체 대상자 7천여명 중 최소 4천500명(인천·포항공장 각 1천명 포함)이 지원한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강근 지회장은 “자회사로 가기 전 조건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와 부제소합의”라며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고소고발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것으로, 불법이 없어지거나 해소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제철쪽은 18개 사내하청업체의 계약종료 시점을 묻는 질문에 “업체마다 계약기간이 달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은 최근 불법파견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던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10곳과 2개 공정(컨베이어벨트 수리·슬래브 야드 출하) 재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감독 대상에는 이달 말 폐업하겠다고 예고한 업체 네 곳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을 명령한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는 모두 1천265명이다. 당진공장 노동자 3천228명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다. 2심에서 승소한 순천공장 노동자 157명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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