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노동자 해고, 임금 삭감하더니] 몸집 줄이던 조선산업, 호황기 맞아 인력수급 ‘비상’
3년여간 노동자 1만명 이상 감소 … 금속노조·조선노연 “정규직 중심 인력구조로 재편해야”
2000년대 후반기부터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온 조선산업이 다시 살아났다. 선박수주가 잇따르면서 빈 도크가 다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배를 만들 노동자가 없다. 조선사들이 홀로 살겠다며 불황기에 날렸던 ‘노동자 해고’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조선업 노동계는 “지금이라도 정규직 중심 산업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일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에 따르면 최근 조선사들이 잇따라 기술생을 모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기술연수생 120명을 모집했다. 삼성중공업도 용접과 선박 도장부문 직업기술생을 모집해 1~2개월 훈련수당을 주고 교육을 실시한다. 과정을 수료하면 하청업체 취업을 지원한다. 대우조선해양도 해양플랜트 배관·전장·기계·선실·선장 등 분야 인력 채용에 나섰다.
조선업계가 잇따라 인력채용을 하는 이유는 경기 회복세를 타고 선박 발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선 3사는 2년치 건조 물량을 확보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이들 조선 빅3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79.5%로 확인된다.
그런데 배를 만들 인력이 없다. 금속노조 조선분과와 조선노연이 최근 3년간 집계한 조선사 인력 현황을 보면 2019년 1월 원·하청 합쳐 10만1천58명이던 노동자는 올해 5월 9만771명으로 1만명 넘게 줄었다. 원청의 경우 이 기간에 4만3천493명에서 3만9천921명으로 10% 이상 감소했다. 하청노동자도 5만7천575명에서 5만850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조선업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다.
조선업 노동계는 “불황기 동안 노동자를 구조조정하고 임금도 삭감해 노동자들이 더 이상 조선산업으로 유입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면 일당 20만원을 받는데 조선소에 오면 14만~16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산업지역별 고용구조 조사에 따르면 2001년 제조업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조선업 임금은 126.6 수준이었는데, 2019년에는 제조업 대비 조선업 임금이 102.8로 별 차이가 없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으로 초과근로에 따른 임금 효과도 사라져 이제 조선업은 기피산업으로 꼽히는 실정이다. 인력난이 심각해지자 업계는 이주노동자 수급을 확대하고 특별인가연장근로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 노동계는 “조선산업은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규직 중심의 인력구조로 재편이 없다면 조선산업이 급속히 후퇴한 일본의 전철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한국 조선산업이 지난 15년간 정규직과 숙련된 노동자를 해고했고 그들 중 일부는 중국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근시안적 땜질 처방을 그만두고 노조와 함께 양질의 노동시장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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