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수기 수리기사도 노동자, 퇴직금 지급하라”
용역계약 노동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인정 … “핵심업무 하는 수리기사, 필수 조직 구성원”
정수기 수리기사가 회사와 용역계약을 맺었더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사실상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노동자에 해당하므로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12일 정수기 수리기사 A씨 등 3명이 정수기 판매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B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 등은 B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정수기 설치·유지·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용역계약 관계가 종료되자 이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했기 때문에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회사는 “수리기사들은 용역계약에 기초해 위탁받은 정수기 등의 설치·유지 및 점검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은 독립사업자에 해당할 뿐”이라며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1·2심은 A씨 등이 실질적으로 회사에 대한 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를 전제로 재판부는 이들 수리기사에게 퇴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1심은 “B사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수리기사에게 의존하고 있고, 수리기사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며 “전통적인 근로계약관계에 비해 인적 종속성이 상당히 완화돼 있고, 계약의 형태가 전형적인 고용계약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리기사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판시했다.
2심 역시 “정수기 판매사업은 B사의 주력 사업 분야로서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점검·수리하는 등의 사후관리를 하는 것은 핵심적인 업무이고, 그 업무를 수행하는 수리기사는 필수적인 조직 구성원”이라며 “A씨 등의 업무수행은 피고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이뤄지는 성격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리기사들의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에 대한 구속이 엄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고객의 주거지에 방문해 제품의 설치나 점검을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수리기사들이 정수기를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경우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으나 이는 개별적인 영업활동 결과가 아니라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그 독려에 따른 영업활동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은 수리기사들이 회사가 고객에게 서비스 요청을 받아 배정한 업무를 수행하고 그 처리 결과를 회사에 보고했고, 각 지사의 업무지시나 집체교육 등을 통해 사실상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을 지시받아 왔다는 사실 등을 토대로 근로자라고 판단했다”며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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