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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0-16 15:20
아파트 지키는 경비노동자가 왜 분신해야 하나요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748  
아파트 지키는 경비노동자가 왜 분신해야 하나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여보 이 세상 당신만을 사랑해. 여보 날 찾지 마요. 먼저 세상 떠나요. 아들들 미안.”(분신한 경비노동자 이모씨가 남긴 유서)

7일 한 경비노동자가 분신했다. 서울에서도 부자들이 사는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자신의 소중한 목숨까지 버리려 했단 말인가. 대다수 아파트 경비원들이 연배가 높아 세상사 힘들고 복잡한 이치를 아는 분들이라 여간해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어려운데 왜 이런 비극이 발생하게 됐는지 의아하다. 사태의 발단을 따라가 보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축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고 민망하다.

이씨는 70대 여성 아파트 입주자가 분리수거 상태 등을 이유로 삿대질을 하거나 걸핏하면 모욕을 줘서 우울증 약을 복용해 왔다고 한다. 이씨가 분신을 시도했던 날 오전에도 그 입주자에게 심하게 혼이 났다. 그 입주자는 평소에도 심하게 경비원들을 질타했다. 꼬챙이로 분리수거함을 뒤져 가며 트집을 잡았고, 음식도 5층에서 ‘경비, 경비’ 하면서 불러서는 던져 줬다. 약자인 경비원 입장에서는 안 먹으면 또 역성을 들으니까 먹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한 건 분신한 이유가 이런 일부 아파트 입주자들의 일상적인 폭언과 괴롭힘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족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남긴 분신 사건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경비노동에 대한 저평가가 사회적 통념으로 굳어진 우리 사회에서 해당 입주민 개인의 책임으로만 이 사건을 바라볼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은 아파트 입주민과 가장 많이 접촉하면서 아파트 안전과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경비노동자에 대해 함부로 해도 된다는 관성이 불러온 인재다. 아무렇게나 부르고 무슨 일이든 시켜도 된다는 입주자의 잘못된 기득권 의식이 초래한 사태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자신을 모독하는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해 온 나라가 시끄러워졌는데, 경비노동자에 대한 인격모독이야말로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노동조합도 없고 자신을 지킬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는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참사다. 전국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을 떠올리면, 어쩌면 세월호 참사보다 심각한 문제가 잠복해 있다는 생각에 섬뜩하다.

경비노동자가 자신이 겪는 일상적인 폭력에 저항할 수 없었던 건 그것이 구조화된 폭력이기 때문이다. 경비노동자는 대부분 해당 아파트 직영 소속이 아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업무를 위탁한 용역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다.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주기적으로 고용불안이 발생하는 경비노동자의 고용지위로 인해 부당한 일이 생겨도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직도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방치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비껴 갈 수는 없다.

여기에다 지금까지 감시단속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90%까지만 지급하도록 한 제도가 바뀌어 내년부터 100%를 적용하게 되면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적법한 임금 지급으로 인한 인상요인을 이유로 입주자대표자회의가 경비노동자들의 수를 일방적으로 줄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경비노동자들에게 올해 말까지만 근무하도록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게 하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한마디로 경비노동자 수난시대다.

이번 분신 사건은 사회적으로 경비노동자에 대한 홀대와 인권의식 부재가 참으로 뿌리 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지위가 초래한 노동문제라는 것도 드러났다. 연말 대량해고 사태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경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간접고용의 폐해를 극복하고, 고용안정과 함께 적정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분신한 경비노동자의 쾌유를 빌며, 관련 당사자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피해 노동자가 소속된 노동조합과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대책기구를 꾸려 한시바삐 이 문제가 온당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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