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일부 택배기사의 취업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일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에 따르면 지난해 대리점 폐점으로 해고된 택배기사가 CJ대한통운 재취업 과정에서 취업불가 명단에 올라 취업이 거부됐다. 노조는 “회사가 일부 대리점 사장에게 특정 택배기사를 언급하며 ‘취업요청이 오면 거절하라’고 지시했다”며 한 대리점 소장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박태완(46세) 박대희(36세) 김명환(44세) 박승환(31세) 위 네 명에 대해서 혹시나 각 집배점으로 취업요청이 오면 정중히 거절하시기 바랍니다. 집배점을 교란하는 나쁜 인간들입니다.”
◇“사번코드 발급은 본사 권한”=해당 문자메시지에서 '나쁜 인간'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김명환씨는 정식 출근 전날인 지난달 20일 CJ대한통운 A대리점에서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었다. A대리점 B소장은 “(본사에서) 취업불가 명단에 포함돼 사번코드가 안 나온다고 했다”며 “다른 사람을 구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씨가 재차 “내가 취업불가라고 등록돼 있냐”고 묻자, B소장은 “본사 사무실에서 채용불가 명단에 포함돼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B소장은 김씨가 채용불가 명단에 오른 이유를 오전하차 종료 투쟁 때문으로 짐작했다.
김씨는 CJ대한통운 동부이촌대리점에서 일하던 지난해 12월 동료 택배기사들과 오전하차 종료 투쟁을 했다. 정오 전에 택배물품을 받아 분류작업을 끝내고 배송 출발시간을 앞당기자는 것이다. 김씨를 비롯한 택배노동자들이 피켓시위에 들어가자 대리점 사장은 돌연 대리점 폐점을 통보했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김씨는 CJ대한통운 다른 대리점에 취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김씨는 “첫 근무 당일 ‘일을 그만둔 사람이 다시 일하기로 해 안 되겠다’는 말도 들었다”며 “취업불가 명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년간 택배회사 3곳 전전”=울산지역에서도 취업금지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CJ대한통운에서 13년간 택배기사로 일한 이상용(45)씨는 2015년 택배기사 처우개선 투쟁 지원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울산으로 내려갔다. 파업이 마무리된 후 이씨는 울산지역 다른 택배회사에 취업했다. 이씨가 일한 지 3개월쯤 됐을 때 C택배사 소장은 “울산파업에 참여한 것 때문에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며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상 해고였다. 이씨는 울산지역 택배회사 3곳에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일을 그만뒀다. 그는 “울산지역이 워낙 좁은 데다 택배회사 소장들끼리 너무 잘 알고 지낸다”며 “CJ대한통운 소장이 소장들에게 ‘같이 일하면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회사는 노조의 의혹 제기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회사는 택배기사 4명의 블랙리스트를 만든 적도 없고, 취업요청을 거절하라는 문자 역시 보낸 적 없다”며 “집배점 사장 간 주고받은 문자를 회사에서 보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사번코드 발급과 관련해 “택배기사가 지목한 해당 집배점 사장은 코드 등록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집배점 사장이 왜 ‘취업불가 명단으로 코드가 나오지 않는다’는 핑계를 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택배기사와의 계약 여부는 전적으로 집배점 사장의 권한으로 회사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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