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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12-27 09:58
[판결로 본 2022년] 제조업 불법파견 철퇴, 국가 폭력에 저항권 인정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35  
[판결로 본 2022년] 제조업 불법파견 철퇴, 국가 폭력에 저항권 인정

통상 행정·입법·사법부 중 보수적인 곳은 사법부다. 사회적 요구와 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는 행정부, 이를 반영해 제도화하는 입법부와 달리 사법부는 축적·통념 되는 상식을 바탕 삼아 판결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달려간 것일까, 행정부·입법부가 제자리걸음을 한 것일까.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몰두하고, 국회는 이렇다 할 입법 활동을 하지 않는 사이 법원에서는 비정규 노동자 고용안정·차별해소 문제와 관련한 판결이 이어졌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은 국회 앞에서 멈췄지만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는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아쉬운 판결도 적지 않다. 대기업 계열사 간 전출은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은 사용자에게 직접고용을 회피할 명분을 만들어 줬고, 비정규직 정리해고에 반대한 노조간부의 휴일특근 거부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다. 올해 노동 판결은 일보 전진했으나, 반보는 후퇴했다고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초과 파견노동자 직접고용 “기간제 아니라 정규직이 원칙”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 이상 일한 파견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 파견 남용을 막고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담겼지만 현장에서는 꼼수가 난무했다. 직접고용한다면서 기간제로 채용해 고용불안이 계속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TJB대전방송 MD(Master Director) 최아무개(44)씨는 2006년 이 방송사 미술실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위탁업체인 A사에 소속돼 2010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파견노동자 신분으로 대전방송에서 일했다.

 2014년 7월부터 2016년 7월까지는 방송사와 직접 1년 단위로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했다. 파견직 MD로 4년이나 일한 최씨를 기간제로 사용한 것이다. 해고 통보를 받은 그는 파견노동자를 직접고용할 때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맞다며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개정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되는 비정규직의 고용형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주목받았다. 파견법은 2006년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직접고용 간주 규정에서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으로 개정돼 이듬해 7월 시행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1월27일 최씨가 방송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개정 파견법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사업주는 2년을 초과한 파견노동자와 기간을 정하지 않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개정 파견법을 적용받는 파견노동자 고용형태를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판결로 꼽힌다.

다만 원청 노동자 대부분이 기간제 비정규직이어서 파견노동자도 애초 무기계약 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예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 특별한 사정은 사업주가 증명해야 한다.

이 판결은 2년 이상 일한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로 전환하는 등의 편법으로 파견법 취지를 훼손해 온 사업주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고용노동부는 “파견법은 직접고용 의무만 부과할 뿐 고용형태 규정은 두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는 행정해석을 고치지 않고 있다.

제조업 ‘사내하청 불법파견 사용’ 설 자리 잃었다

사내하청 노동자를 이용해 제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 관행은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27일 기아와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43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완성차 제조 과정의 간접공정을 담당한 사내하청 노동자도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아차 사건은 2011년 7월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11년3개월 만에, 현대차 사건은 11년11개월 만의 결과다. 특히 기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성차 불법파견 문제는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장 최병승씨의 대법원 판결로 쟁점이 됐다. 여러 사건에서 재판부 판단은 공정별로 판단을 달리했다.

직접공정인 도장·의장은 불법파견을 인정하면서도 서열·불출, 수출·선적 등 간접공정은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담당한 모든 공정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했다”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철강업계 불법파견 사건도 사법부를 통해 정리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7월28일 전·현직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년을 초과해 일해 왔으니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하라며 낸 소송이다. 재판에서 포스코는 생산공정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전자시스템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통해 원·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지시를 내린 점이 확인됐다. 회사는 MES가 업무 발주와 검수를 위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MES를 통해 지시받아 작업을 수행했고, 전달된 작업 정보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라고 판단했다.

이어 현대제철이 당진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923명을 불법파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천지법은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지난 1일 판결했다. 7월에 나온 대법원의 포스코 불법파견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천지법은 지난해 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구내운송 등 일부 공정의 불법파견 상황도 인정했다. 지난해 2월 노동부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비정규직 749명이 불법파견 상태에 있다고 보고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다. 현대제철은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해소하려 했고, 노동부는 구내운송 노동자를 시정명령 대상에서 제외했다.


“위법한 과잉진압에 저항한 행동은 정당”
쌍용차지부 대상 경찰의 손해배상 청구 기각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심각성을 보여준 쌍용자동차 사태는 사건 13년 만에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재판부가 경찰의 위법한 진압에 항의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행동을 정당방위로 보면서다.

대법원은 11월30일 정부가 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조합원 10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09년 8월 파업을 진압하면서 헬기로 최루액을 살포하는 등의 경찰 행위는 위법하고, 이런 과잉진압에 저항한 노동자의 행동은 정당하다는 것이 주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지부가 헬기 5억2천만원, 기중기 5억9천만원 등 총 11억3천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찰관의 직무수행이 적법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상대방이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면하기 위해 직접 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장비를 손상했더라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헬기·기중기 수리비 손해배상 인정 판결을 파기하고, 경찰 부상 치료비(1천83만원), 차량(65만9천원)·채증카메라 등(32만9천원)·휴대용 무전기(219만원) 손상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파기환송심은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는지와 지부의 저항이 정당행위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령만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 제동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줄소송 예고

연령을 이유로 정년을 앞둔 직원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도 노사 모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26일 대법원 판결이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옛 전자부품연구원)은 61세 정년을 유지하되 만 55세 이상 직원에게 이전 직급·역량등급과 무관하게 다른 역량등급을 일괄 적용해 급여를 지급했다. 소송 당사자는 명예퇴직하면서 임금피크제가 옛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며 2014년 9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고령자고용법 관련 조항(4조의4 1항)은 강행규정이고, 이에 반하는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은 무효”라고 명시했다.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한 임금피크제에 제동을 건 것이다. 판결 이후 금융·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을 기존 업무와 다른 보직으로 인사발령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도 지난 6월30일 있었다. 롯데마트는 육아휴직 후 돌아온 노동자에게 이전 직급보다 낮은 직위를 부여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복귀시키면서 부여한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복귀 후 보직 변경 등 불이익 처우를 겪은 남양유업 노동자 최아무개씨 사건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9월16일 최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인사발령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육아휴직 전부터 인사평가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노조 파업 ‘업무방해죄’ 처벌 합헌
계열사 간 전출 ‘불법파견 아냐’ 뒷걸음질

노동자를 울린 판결은 이뿐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26일 노동자의 단순파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형법이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2010년 3월 현대차 전주공장이 하청 비정규직 18명을 해고하자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은 세 차례에 걸쳐 휴일 특근을 거부하며 항의했다.

 회사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이들을 고소했다. 헌법재판소는 “단체행동권은 집단적 실력행사로서 위력의 요소를 갖고 있다”며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해 어지럽혔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에 한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관 9명 중 위헌이라고 본 사람이 5명이었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 이상이 되지 않아 합헌 결론이 났다.

계열사 간 전출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은 대기업 고용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7월14일 SK플래닛 직원 2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계열사 간 전출도 파견근로관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전출이 파견으로 인정되면 모기업은 파견법에 따라 2년 넘어 일한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은 SK플래닛이 파견법상 파견사업주로 볼 수 없다는 논거를 핵심으로 삼아 노동자의 주장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원고용주(SK플래닛)가 근로자파견으로 인한 대가나 수수료 또는 경제적 이익을 취득했는지는 근로자파견 행위의 영업성을 인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SK플래닛 등은 SK텔레콤과의 비용정산 계약에 따라 임금 상당액 등을 받았을 뿐 별도의 대가나 수수료는 취득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로 대기업이 자기 직원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자회사를 통해 돌려쓰는 길이 열렸다고 우려한다.

이 밖에도 임용고시 합격 여부를 이유로 정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 임금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 저성과자를 자동 해고한다는 취업규칙이 있더라도 실제 해고를 할 때는 근무성적 부진 정도와 개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선조선 부당해고 사건 등도 주목할 만하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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